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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by 20h20h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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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地思之

인조때 큰 가뭄이 들어서 농작물이 모두 타들어가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인조대왕은 베옷을 입고 신하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올라가 기우제를 올렸다.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굵은 빗방울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린 비인가. 더욱이 임금님이 친히 베옷을 입고 기우제를 드린 후에 내리는 비가 아닌가.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은 얼싸안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추며 기뻐했다.

인조대왕도 기뻐서 같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며 기뻐했다. 그때 임금님의 눈에 아주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자가 보였다.

그건 한 선비가 갑자기 비가 오니까, 갓 끝을 붙잡고 비를 피해 처마 밑으로 후다닥 피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비를 맞으며 춤을 추어도 모자랄 판에 그 비를 맞지 않겠다고 비를 피해서 처마 밑으로 피하다니 저런 고연 놈이 있단 말인가.

화가 난 임금의 불호령이 내려졌다.

저놈을 당장 잡아서 끌어내려라!”

선비는 졸지에 비를 피한 죄로 잡혀왔다.

네 이놈, 지금 오는 이 비가 무슨 비 인줄 아느냐?

3년 동안 내리 가물어서 짐이 신하들과 함께 베옷을 입고 이곳에 올라와 하늘에 죄를 청하고 지성을 드리니 하늘이 감복하시어 비를 내리셨고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은 너무 기뻐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데 너는 그 비를 피해 처마에 피하다니 비를 맞는 게 그렇게 싫은 거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형틀에 묶고 주리를 틀도록 하라!”

그때 잡혀온 선비가 외쳤다.

전하! 소인의 말을 한 번만 들어 주시옵소서!”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래 무슨 말이냐?”

전하! 지금 오고 있는 비가 얼마나 귀한 비입니까? 내리 3년 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임금님께서 베옷을 입고 기우제를 드리니, 하늘이 감복하시어 비를 주셨습니다. 빨리 한 방울의 비라도 메마른 땅을 적셔야지, 이런 비를 저 같은 비천한 몸이 맞을 수 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처마 밑으로 피한 것이옵니다.”

인조 임금이 그 말을 들으니 자기의 생각도 틀렸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춘 신하와 백성들보다 비를 피한 선비가 더 충성스런 백성이 아니던가?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해지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착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톨스토이는 말했다.

의외로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자기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섬에 사는 사람,

도시 빌딩에 사는 사람,

그리고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이

해는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가?”의 논쟁이 벌어졌다.

섬에 사는 사람은

해는 앞 바다에서 떠서 뒷 바다로 진다.”고 하고

도시 빌딩에 사는 사람은

해는 빌딩에 떠서 뒷 빌딩으로 진다.”고 하고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은

해는 앞 산에 떠서 뒷 산으로 진다.”고 했다.

각자 자기 경험만이 옳다고 주장하니 소리만 높아지고 결론이 내려지질 않게된다.

자기의 주관적인 생각, 경험, 지식 등은 이렇게 오류가 많을 수 있다.

내 입술이라고 상대방을 내 잦대로 판단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는지...

내가 가진 생각이, 경험한 것이, 지식이, 신앙이 전부가 아니다.

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런 다음에 말을 하는 자세를 갖도록하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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