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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를 들으면

20h20h 2024. 3.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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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를 들으면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춘추시대 말기였습니다. 전쟁은 끝이 없었고, 권력자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 배를 채우는 난세였습니다. 사상은 시대와 관련이 깊습니다. 시대의 문제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에서 사상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공자를 살피면서 시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나라는 문왕과 그의 아들 무왕이 상나라의 폭군 주왕을 몰아내고 세운 나라입니다. 그때 도움을 준 사람이 유명한 강태공이었지요. 주나라는 독특한 봉건제도를 확립합니다. 천자는 전국을 여러 지역으로 나눈 후 제후를 임명하여 대리 통치했습니다. 땅이 넓어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있는 사람들을 달래는 카드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分封한다고 합니다. 임명된 제후 대부분은 황제가 믿을 수 있는 친인척이었고 일부는 공이 있는 신하였습니다.

주나라 초기에는 황제와 제후의 관계가 좋았습니다. 황제는 책봉하고 제후는 황제에게 충성을 다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아들의 아들로 이어지면서 황제와 제후 사이가 사돈의 팔촌쯤으로 멀어져 버렸습니다. 힘이 약해진 황제의 말을 따를 이유가 사라진 셈이죠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공자는 자기를 팔려고 했습니다.

자기를 팔아 혼란에 빠진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토탄에서 구하려 했던 것입니다. 공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하는 사람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자기를 알아주는 제후를 찾아다니고 있을 때 장저와 걸익이라는 은자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자로가 나서서 나루터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장저가 수레에 고삐를 쥔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자로가 공자라고 알려줍니다

그러자 걸익이 말합니다

천하가 큰물처럼 거세게 흘러가는데 누가 그것을 바꿀 수 있겠소 ? 당신도 나쁜 사람이나 피해 다니는 사람을 따라다닐 것이 아니라 혼란한 세상을 피해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어떻겠소?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찾아다니는 짓은 그만두고 자기들처럼 은둔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였습니다.

자로가 돌아가 그 일을 공자에게 말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짐승들과 더불어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가 함께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이루어졌다면 내가 구태여 나서서 바꾸려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점이 노자나 장자 같은 도가 사상과 다른 점입니다. 도가가 혼란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난 자연 친화적 삶을 대안으로 삼았다면 유가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같은데 푸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공자는 힘이 많은가 적은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혼란할 때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제대로 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사람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는 말에서 그의 의연하면서도 간절한 열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길을 찾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가는 실천가의 온전한 모습이 <논어>에 담긴 공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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