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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은 언제나 없어질까 ?

20h20h 2024. 1.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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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자추는 문공 일행에 식량이 없어 고생할 때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다는 전설

어머니가 병이 들었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약을 구할 수 없어 효자가 자기 허벅다리 살을 베어 어머니께 먹여 드렸는데 하늘이 감동해서,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

 

어린 생각으로도 영 이상했다. 식량이 없어 고생했다면 또 그토록 가난한 집안이라면, 평소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이 비쩍 말랐을 텐데, 베어낼 만한 허벅다리 살이 있기나 했을까?

 

그 이유를 한참 뒤 머리가 굵어진 뒤에야 알게 됐다.

조선사회는 양반 상류층뿐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이들까지 과장된 효자이야기가 기득권에 오르기 위해 마을마다 넘쳐나게 됐다.

그중 일부가 현대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집권 세력 구미에도 맞는 내용이었으므로, 모두가 중국의 유교(성리학) 영향이겠지만 어린 내가 책이나 방송으로 만나게 됐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대단한 엘리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이들이 자신을, 혹은 충이나 효로 포장하게 된 현상은 단지 조선 후기의 이념적 억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중국이나 조선 사회에선, 윤리적 역량이 곧 정치의 자격이었다.

누군가가 윤리적이라는 보증은 그가 권력을 누려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현대에도 비슷한 현상은 나타난다.

하지만 왕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이 성리학자였던 조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

 

홍길동은 좌의정의 얼자로 태어났다. 본부인의 자식을 적자, 양인 첩의 자식을 서자, 천인 첩의 자식을 얼자라고 했는데, 이들 서자와 얼자, 즉 서얼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홍길동은 왜 아버지와 형을 아버지와 형이라 부르지 못하느냐며 서러워했다. 재주가 뛰어났지만, 과거에 응시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결국 그 역시 권력의 일부가 된다. 잠깐이지만 병조판서가 됐고, 율도국의 왕이 됐다.

 

적자와 서얼의 차별에 분노했다면, 신분 차별 자체를 없애자고 해야 옳다. 하지만 소설과 역사 모두 내용은 반대였다.

신분 차별 자체는 유지하되, 나는 상위 신분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서자 역시 아버지는 양반이니, 서자에게도 양반 대접을 해달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다른 이복형제처럼 평민 위에 군림할 수 있게 해달라.’라는 요구다.

이는 평등이 아니다.

평등이란, 나도 상위 계층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아닌, 계층에 따른 차별 자체를 없애자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평등은 오로지 평등의 요구로써만 가능하다.

나도 기득권 안에 넣어주시오.’라는 요구는 평등이 아니다.

기득권과 나머지 사이의 차별을 없애자고 할 때만, 평등에 가까워진다.

정신만이 아닌 사회 규범까지 변행시켜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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